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민 상당수가 자신의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AI 경쟁력과 산업 투자,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반대가 정당을 넘어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나면서 연방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과 지역사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이다.
앤넨버그 공공정책센터가 2026년 6월 16일부터 7월 19일까지 미국 성인 1,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자신의 지역에 새로운 데이터센터가 건설되는 것을 반대했다. 이는 같은 기관이 2~3월 실시한 조사보다 1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반대 비율은 69%, 공화당 성향은 54%, 무당층은 53%로 나타나 데이터센터 문제가 단순한 진영 간 대립을 넘어선 지역사회 현안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영향과 긍정적인 효과가 엇갈린다. 퓨리서치센터가 1월 20일부터 26일까지 미국 성인 8,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일자리에 긍정적이라고 본 응답자가 25%로 부정적이라고 본 15%보다 많았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를 미국 AI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로 보고 있다. 백악관은 7월 ‘Ratepayer Protection Pledge’를 확대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신규 발전설비와 송전·전력 인프라 확충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백악관은 200개 이상의 전력회사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주정부 등이 참여했고 미국 가정과 기업에 공급되는 전력의 약 80%를 포괄한다고 밝혔다.
미국 에너지부 역시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이 미국 전력 수요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에너지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미국 전체 전력 소비 비중은 2023년 약 4.4%였으며 2028년에는 6.7~12%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 데이터센터 확대와 AI 수요 증가로 미국의 송전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경제적 효과와 그 지역이 부담해야 할 비용 사이의 격차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는 건설 및 일부 전문직 일자리가 발생하고 지방세 수입과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백악관은 텍사스에서 Vantage Data Centers가 25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 투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5,000명 이상의 고용 효과가 예상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전력망 부담과 토지 이용, 물 사용, 소음 및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미국 에너지부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지역별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특정 지역의 전력망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AI 학습용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 장비를 동시에 가동하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수요의 변화폭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AI 자체에 대한 찬반과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찬반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앤넨버그 조사에서는 AI의 향후 영향에 대한 미국민의 평가가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실제 거주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AI 기술 자체보다 AI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부담해야 할 토지·전력·물·환경 비용에 대한 논쟁이 더욱 직접적인 정치 쟁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미국의 데이터센터 논쟁은 단순한 기술산업에 대한 찬반을 넘어선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연방정부 입장에서는 AI 산업의 주도권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대가 필요하지만,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망 부담과 환경 문제, 생활비 상승 가능성이 현실적인 비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여론조사에서는 지역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반대가 다수인 것이 분명하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전력 및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면서 AI 인프라 확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핵심 쟁점은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의 찬반보다 누가 전력과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고, 지역사회에 어떤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며, 환경·수자원 문제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 AI 패권 경쟁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확대가 계속될 경우 연방정부의 산업정책과 지역 주민의 의사가 충돌하는 사례도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