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24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중 관계를 ‘건설적 전략적 안정’의 틀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시 주석의 이번 미국 방문은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국빈방문으로, 중국 정상의 백악관 국빈방문으로는 11년 만이며 중국 지도자가 미국을 두 차례 국빈방문한 첫 사례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4일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공식 환영했고, 양 정상은 국빈 환영식과 정상회담, 국빈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국립문서보관소도 함께 방문했다.
환영식에서 시 주석은 미국 국민에게 미국 독립 250주년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이번 방문의 목적을 양국 간 우호 계승과 협력 확대, 국민 복지 증진으로 설명했다. 특히 미중 경쟁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경쟁이 충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가 협력을 확대하면서도 경쟁에는 일정한 한계를 두고 차이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으며, 양국 군대 간 정례 대화와 위기 소통·예방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중 관계가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양국 관계에서 무역과 안보, 첨단기술, 인공지능 등을 주요 협력 의제로 제시했다. 백악관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경제·통상 분야의 정부 간 협의체를 실제 운용 단계로 발전시켰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미중 무역이사회와 투자이사회가 이번 회담을 통해 가동됐으며, 무역이사회에서는 양국이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해 보다 유리한 관세 적용을 검토하는 데 합의했다. 농업 분야의 시장 접근 장벽을 논의하는 별도 실무그룹도 출범했다.
미국산 상품의 중국 시장 접근과 관련해서는 농산물과 수산물, 목재류, 화장품, 의료기기 등이 협의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 측은 중국의 미국산 석탄 수입 확대도 발표했으며, 중국은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최소 1천만t의 미국산 석탄을 수입하기로 했다. 양국은 투자 관련 현안을 다루기 위한 투자이사회도 별도로 설치했다.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 문제 역시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모든 통상 갈등을 해소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양국 정부가 합의사항을 실제 이행하는 과정이 향후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양국의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관리하는 별도 대화 채널이 마련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차세대 AI 기술을 ‘슈퍼 인텔리전스’라는 용어로 다루기로 하고, 기술의 위험과 편익을 논의하기 위한 미중 슈퍼 인텔리전스 대화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다음 협의는 2026년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AI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양국 간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연락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중국 측 발표 역시 AI 위험과 편익을 논의하고 오용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화를 개시하며,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마약 단속과 법 집행 분야에서도 협력 확대가 확인됐다. 백악관은 중국이 펜타닐 전구체 화학물질에 대한 새로운 수출통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 법 집행기관의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 당국이 관련 용의자 21명을 체포한 사례를 공개했다. 양국은 신종 향정신성 물질과 전구체 화학물질을 둘러싼 공동 법 집행 성과를 평가하고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군사 분야에서는 충돌 방지를 위한 위기관리 장치가 핵심이다. 중국 외교부는 양국 군이 위기 소통과 예방을 강화하는 양해각서를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양국 군은 정례적인 소통을 계속하고, 중국 내 미군 유해 수색과 관련한 협력도 이어가기로 했다. 이는 미중 간 군사적 경쟁 자체를 중단한다는 합의가 아니라, 경쟁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소통체계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적 교류 분야에서는 시 주석이 향후 5년 동안 미국 청년 10만 명을 중국에 초청해 교류와 학습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또한 애틀랜타 동물원에 판다 두 마리 ‘핑핑’과 ‘푸솽’을 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역시 중국이 애틀랜타 동물원에 판다 두 마리를 임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공동으로 일본과 싸웠던 역사를 다시 언급하면서 국민 간 교류가 양국 관계의 장기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도출한 결과는 중국 측 발표 기준으로 모두 8개 항목의 결과와 이해사항으로 정리됐다. 여기에는 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 APEC·G20 정상회의 상호 지원, 국제 수로 통행 문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양국 협력의 역사적 재확인 등이 포함됐다. 양 정상은 중동과 우크라이나, 한반도 문제 등 주요 국제·지역 현안도 논의했다.
한편 이번 회담은 미중 경쟁이 사라졌다는 신호라기보다 경쟁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역에서는 관세와 시장 접근 문제를 협의할 공식 채널이 가동됐고, AI에서는 위험관리 대화가 시작됐으며, 군사 분야에서는 위기 소통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동시에 양국은 핵심 광물과 기술, 안보, 대만 문제 등 구조적인 이견을 여전히 안고 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전략적 안정’이 실제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합의된 조치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행되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