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정찬] "자원봉사자"사회 지탱 동반자로 대우해야

▲이정찬/(전)서울시의회독도특위위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어르신, 오늘은 식사하셨어요?”


매주 같은 시간,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안부 전화를 거는 자원봉사자가 있다. 반찬을 들고 직접 찾아가는 사람도 있고, 병원에 동행하거나 집 안을 정리해 주는 사람도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고, 지역 축제와 환경정화 활동에서도 묵묵히 일한다.


이들은 월급을 받지 않는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시간과 힘을 내놓는다.

그런데 우리는 이들의 선한 마음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돌봄 수요는 커지는데, 자원봉사 관리는 제자리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다.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열 명 중 네 명이 65세 이상인 시대가 멀지 않은 것이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

고령인구가 늘어나면 식사 지원이나 말벗 활동뿐 아니라 병원 동행, 치매 예방, 안전 확인, 고독사 예방과 같은 생활밀착형 돌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서비스만으로 이 모든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전국의 자원봉사센터와 1365 자원봉사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지역마다 교육과 지원 수준이 다르고 담당자의 업무 부담도 크다. 봉사 실적을 시간으로만 기록하다 보니 봉사의 질과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는 “좋은 일을 하니 알아서 계속해 달라”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가 자원봉사자를 체계적으로 모집하고 교육하며 보호하고 인정하는 새로운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첫째, 국가 차원의 ‘자원봉사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자원봉사는 복지, 재난, 환경, 교육, 문화, 보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러나 담당 부처와 기관이 나뉘어 있어 지역 현장에서는 비슷한 사업이 중복되거나 꼭 필요한 곳에 인력이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국가가 전국의 자원봉사 수요와 인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1365 시스템도 단순한 봉사시간 등록 창구를 넘어 개인의 경험과 전문성, 활동 가능 지역과 시간, 필요한 교육까지 연결하는 맞춤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운전이 가능한 봉사자는 병원 동행에, 미용 기술이 있는 사람은 취약계층 미용봉사에, 교직 경험이 있는 은퇴자는 아동 학습이나 디지털 교육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다만 개인정보와 취약계층의 건강·생활 정보는 엄격하게 보호해야 한다. 편리한 연결 못지않게 안전한 정보 관리가 중요하다.


둘째, 자원봉사자를 활동에 맞게 교육하고 인증해야 한다

어르신 돌봄은 따뜻한 마음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치매 어르신과 대화하는 방법, 응급상황 대처법, 낙상 예방, 개인정보 보호, 학대 의심 상황 발견과 신고 방법 등을 알아야 한다.


국가가 기본교육과 분야별 전문교육을 표준화하고,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돌봄 자원봉사 인증’, ‘재난 자원봉사 인증’과 같은 단계별 자격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인증제는 봉사자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봉사자가 자신감을 갖고 안전하게 활동하도록 돕고, 도움을 받는 국민에게도 신뢰를 주는 제도다.


셋째, 봉사자의 안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봉사활동 중 다치거나 교통사고를 당하고, 감염이나 폭언·성희롱 등의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돌봄 봉사는 대상자의 가정을 방문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모든 자원봉사자가 활동 시작과 동시에 상해·배상책임 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봉사는 반드시 2인 1조로 운영하고, 긴급 연락체계와 사고 대응 지침도 갖춰야 한다.


교통비와 식비, 재료비 같은 실제 비용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봉사에 임금을 지급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봉사자가 자기 돈까지 부담하면서 활동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장기간 돌봄 활동을 한 봉사자에게는 상담과 휴식도 제공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외로움과 아픔을 계속 마주하다 보면 봉사자 역시 정서적으로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시간’이 아니라 ‘변화’를 평가해야 한다

현재 자원봉사 실적은 몇 시간을 활동했는지가 중심이다. 하지만 두 시간을 채웠다고 해서 모두 같은 봉사는 아니다.

한 번의 전화가 고독사를 막을 수도 있고, 꾸준한 말벗 활동이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을 줄일 수도 있다. 병원 동행 한 번이 치료 중단을 막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는 봉사시간과 함께 대상자의 생활 변화, 지역문제 해결 정도, 활동의 지속성도 기록해야 한다. 봉사자에게 복잡한 서류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 현장 담당자가 스마트폰이나 음성으로 간단하게 기록하면 인공지능이 활동일지와 성과보고서를 정리해 주는 방식도 활용할 수 있다.

유엔자원봉사단도 자원봉사의 규모뿐 아니라 그 효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자료와 평가체계가 정책 결정에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UNV 세계자원봉사 현황 보고서)


다섯째, 자원봉사 경력을 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매년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을 통해 우수 봉사자를 포상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만으로는 수많은 생활 속 봉사자에게 충분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어렵다.


장기간 활동한 봉사자에게 국가 공인 경력증명서를 발급하고, 취업·진학·공공기관 사회공헌 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수 봉사자에게 교육·문화·건강검진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공공시설 이용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혜택의 크기가 아니다. “당신이 우리 사회를 위해 한 일을 국가가 기억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여섯째, 자원봉사센터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자원봉사센터는 사람을 모집해 현장에 보내는 단순한 알선기관이 아니다.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봉사 프로그램을 설계하며, 교육과 안전관리까지 담당하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기관이다.


그런데 담당자들이 단기계약과 과중한 행정업무에 시달린다면 좋은 프로그램이 지속되기 어렵다. 국가가 자원봉사센터의 적정 인력 기준과 종사자 처우 기준을 마련하고, 전문교육과 장기근속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마다 형편이 다른 만큼 모든 사업을 중앙정부가 똑같이 정해서도 안 된다. 국가는 예산·안전·교육의 기본 기준을 책임지고, 지역 자원봉사센터는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설계하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현행 자원봉사활동 기본법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원봉사 진흥정책을 마련하고 국민의 활동을 권장·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제 이 책무가 현장에서 체감되도록 제도를 한 단계 높여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일곱째, 자원봉사가 전문 돌봄인력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도 있다. 자원봉사자는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간호사와 같은 전문 인력을 대신하는 값싼 노동력이 아니다.

전문적인 의료·요양·신체 돌봄은 자격을 갖춘 인력이 담당하고, 자원봉사자는 안부 확인과 말벗, 정서적 지지, 사회관계 형성 등 이웃이기에 가능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국가가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자원봉사자에게 공공서비스의 책임을 떠넘긴다면 자원봉사의 의미도 훼손되고 돌봄의 안전성도 무너진다. 자원봉사는 국가의 책임을 대신하는 제도가 아니라 국가의 복지를 더 따뜻하고 촘촘하게 만드는 힘이어야 한다.

누군가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지역사회의 빈틈을 메우는 소중한 사회적 활동이다.


이제 자원봉사자에게 사명감과 희생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교육하고, 보호하고, 존중하고, 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봉사자가 존중받고 보람을 느끼면 더 많은 시민이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청년의 재능과 중장년의 경험, 은퇴자의 지혜가 지역사회에 다시 흐르게 된다.



이정찬

· (전)서울시의회 의원, 서울시의회독도특위위원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 서울남부지방법원조정위원

·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 AI 전문강사

· 저서 : 「지방의회 운영실무」 (2026.6)



작성 2026.08.13 12:22 수정 2026.08.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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