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가와 전·월세가가 동시에 치솟는 ‘불타는 시장’ 앞에서 역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왜 매번 무릎을 꿇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며 수요 억제책과 대출 규제, 세제 개혁이라는 칼을 빼 들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주거 불안은 오히려 고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근본 원인으로 ‘보수 대 진보’, ‘수요 대 공급’이라는 낡은 이분법과 ‘가격 통제만 하면 주거가 안정된다’는 정부의 오판을 짚는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가 운영위원으로 있는 (사)포럼광장이후 포럼에서 발표된 전문가들의 진단을 바탕으로, 부동산 정책이 반복해서 길을 잃은 이유와 향후 해법을 짚어봤다.
■ “집 사라는 신호만 줬다”… 보수·진보 정권의 ‘자기배반적’ 프레임
부동산 전문가인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소장은 역대 정권의 가장 큰 실책으로 ‘자가소유 신화의 강요’를 꼽는다.
보수 정부는 “집값은 오르니 지금 사야 한다”는 메시지로 시장을 자극(자기충족적 예측)했고, 민주 정부는 “집값을 억제할 테니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라”거나 “다주택자는 집을 팔라”고 압박(자기배반적 예측)했다. 결국 다주택자가 시장에 내놓은 집을 누군가는 사야만 하는 구조 속에서, 양 진영 모두 국민에게 “결국 집을 사야 승자가 된다”는 신호만 줄기차게 보낸 셈이다.
이 과정에서 traditional한 4인 가구 위주의 '자가 마련' 정책만 양산됐을 뿐, 급증하는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임대 세대’의 등장과 주거 욕구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끊임없이 소외됐다.
■ 목표의 혼란: ‘가격 안정’이 아닌 ‘장기 주거안정’이 본질
이상영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가 ‘가격 통제’에 맞춰져 있다는 점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집값 잡기에 골몰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장기 수급 정책이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공급 측면에서는 주택건설 실적이 근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공공임대 공급도 목표에 미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6·27 대출 규제, 10·15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만 쏟아냈다. 그 결과 생애 최초로 집을 구하려는 청년·실수요자의 진입 장벽만 높이는 부작용을 낳았다.
게다가 전세의 월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와중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의 실효성 악화, 전·임차권 설정 미의무화 등 구조적 허점이 방치되면서, 임차인들은 전세사기와 주거비 폭등이라는 더블 펀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 “세금 만능주의 버려야”… ‘Low-In, Low-Out’ 다양한 사다리가 해법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 메뉴로 등장하는 ‘징벌적 과세’ 역시 한계가 명확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세금이 보조적 수단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금으로 기존 임대 시장을 흔들 수는 있을지언정, 세제 자체가 세입자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새로운 임대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포럼 참석자들은 부동산을 단순한 ‘투기 상품’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주문했다.
소유 방식의 다변화 (Low-In, Low-Out): 막대한 차익(High-Out)을 노리고 영끌(Low-In)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초기 진입 비용이 적고 시세 차익은 일정 부분 포기하되 장기 거주가 보장되는 토지임대부 주택, 지분공유형 주택, 협동조합형 사회주택 등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공공토지주택은행 및 불로소득 환수: 개발 이익이 사유화되는 체계를 개혁하기 위해 공시가격 인프라를 정비하고, 용도지역제 개혁과 공공토지주택은행 구축을 통해 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환수하는 협약을 맺어야 한다.
임대금융 및 주거 경로의 제도화: 민간 다주택자에게 의존하는 임대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장기 공공임대 확대와 임대금융 구조 개편, 지역 균형 발전을 병행해야만 수도권으로 쏠린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하다. '집값'이라는 숫자에만 매몰되어,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삶'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집을 사게 해줄 테니 표를 달라"는 정치적 포퓰리즘을 끝내고,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시민적 주거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국가의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이정찬
· (전)서울시의회 의원, 서울시의회독도특위위원장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 서울남부지방법원조정위원
·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 AI 전문강사
· 저서 : 「지방의회 운영실무」 (20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