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진희] 생리결석 제도의 민낯과 과제

▲이진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생리결석은 학교에서 '생리통으로 출석이 어려운 경우'에 대해 학교장 허가로 출석 인정 결석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단, 월 1일에 한하며, 구체적 기준은 학교의 학업성적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 제도는 통상 소견서나 진단서 등 객관적 의료 증빙 없이 학부모의 연락으로 처리되며, 연간 최대 10일 이상 사용이 가능하다. 당일 아침 학부모가 담임 교사에게 문자나 통화로 자녀의 등교 어려움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학생의 건강권을 존중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인 만큼, 질병결석과 달리 학교생활기록부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

 

그러나 제도 도입 당시부터 우려의 목소리는 적지 않았다.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다. 참고로 아시아나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별도의 생리결석 제도 자체를 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생리결석 제도의 악용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 도입 초기부터 주된 논란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악용 실태가 통계적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일부 여학생들이 징검다리 연휴나 정기 시험 전후에 이 제도를 사실상 휴가처럼 활용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학교 시험 직전, 가정 자습이나 개인 과외를 목적으로 생리결석을 신청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 및 관련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시험 전날과 연휴 전후에 생리결석 사용 건수가 평시 대비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악용 패턴이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이로 인해 극심한 생리통으로 인해 정당하게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들까지 오해와 낙인의 시선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제도의 허점이 오히려 선의의 사용자에게 피해를 돌리는 구조가 된 것이다.

 

둘째, 입시 공정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교육부의 대입 정책 변화에 따라 학생의 출결이 대입 합격의 당락을 가르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점차 학생부 출결을 반영하는 주요 대학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는 학교생활의 충실도와 성실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출결을 활용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여학생에게만 부여되는 '증빙 없는 인정 결석'은 입시 불공정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젠더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형평성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결국 제도의 미비로 인해 정당하게 제도를 이용하는 여학생과 이를 바라보는 남학생 모두가 피해를 입는 구조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우선, 전국 고교의 요일별·시기별 생리결석 사용 현황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여 악용 실태를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의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생리결석 적용에 관한 전국 표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단순 통보만으로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교 보건실 방문 기록, 약국 영수증, 병원 진료 기록 등 최소한의 객관적 증빙을 의무화함으로써 학생의 학교 출석 성실도와 대입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생리통 관련 보건 교육 강화와 학교 보건실 인프라 확충도 병행되어야 한다. 제도의 존재 이유는 결국 여학생의 건강권 보호에 있다. 제도를 악용의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면서도 건강상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건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외양은 갖추었으나 실질이 따르지 못하는 제도는 누구의 신뢰도 받을 수 없다. 제도가 지닌 모호함과 불투명성이 학생과 학부모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바른 인성을 함양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편법과 부조리를 미리 학습하게 만든다는 점은 교육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생리결석 제도의 취지 자체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냉철한 실태 파악과 과감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현) 진해세화여자고등학교 교장

(전) 서울대학교 강사

(전) EBS 수능윤리 강사




작성 2026.04.14 23:09 수정 2026.04.2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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