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진희] 감사행정이 오히려 면죄부를 준다면?

▲이진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우연히 한참 전에 방영한 <감사합니다>라는 드라마를 보았다. 사전지식 전혀 없이 제목인 ‘감사합니다’를 ‘Thank you’로 이해하고 훈훈한 가족 드라마인줄 알았다. ​

 

그런데 어라? 그 감사가 아니었다. 이건 횡령, 비리,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설회사 감사팀의 이야기였다. 주인공 신차일로 분한 배우 신하균은 감사팀장으로, 특유의 꼿꼿한 자세와 시니컬한 말투로 회사를 갉아먹는 쥐새끼들을 소탕하려 왔다며 저승사자처럼 밉살스럽게 군다. 


하지만 그는 냉철한 이성으로 감사 내내 객관적 사실을 기반으로 치밀하게 조사한다. 조직의 맨 꼭대기 상사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가 감사를 할 때, 그들은 단지 감사대상일 뿐이다. 그러니 위 아래도 가리지 않는다. 그 누구의 말에 휘둘리지도 않고, 봐주는 것도 전혀 없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한다.

 

그는 객관적으로 공정하고 냉정하게 일 처리하는 이성주의자로서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주는데, 반면 부하 직원은 감성주의자로 조직원을 믿고 따뜻하게 감싼다. <감사합니다>는 이렇게 성격이 전혀 다른 이 두 주인공이 중심이 되어 조직내에서 감사 행정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여러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때로는 웃음, 통쾌함, 더 나아가 짜릿함까지 준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신하균 표 사이다성 발언에 속이 다 시원해진다. 대충 대충 적당히 일하면서 회사 돈 해 먹으려고 애쓰는 인간들을 향해 여지 없이 날리는 촌철살인같은 그의 대사가 압권이다. 그는 절대 쓸데없이 웃지 않는다. 의미 없는 말 한마디를 던지지 않는다. 예리하게 파고들고 치밀하게 취조한다. 아무도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고 걸려든다. 한 회사의 쥐새끼들을 소탕하고 나면 어김없이 일자리를 다시 옮긴다. 제발 더 있어 달라고 간청해도 그만의 방식으로 과감하게 거절한다.

 

40 여년 가까이 조직에 있다보니 알게 된다. 조직에서 많은 사람들은 옳고 그름의 시비를 따져야 하는 순간에도 좋고 나쁨의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카르텔까지 형성해서 자기들끼리 합을 맞추어 서로 봐주는 세상이라는 한탄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지 않는가?

 

다른 무엇보다 특히 감사행정은 사실에 기초해서 더욱 더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담당자들은 막중한 책무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행정까지 이해관계로 움직인다면, 그래서 감사행정이 오히려 부패한 조직에 면죄부를 준다면 그 사회는 더 이상 공정과 객관을 담보할 수 없다. 썩어 문드러진 조직에 날개까지 달아준 셈이 아니겠는가?


▲2025 국정감사생중계 배너 ⓒ한국공공정책신문


 

최근 정쟁으로 얼룩진 2025 국정감사를 보니, 감사의 본질은 외면하고 서로 망신주기를 일삼으며, 대놓고 정치 싸움을 하려고 들이대는 난장판이다. 상호 존중은 온데 간데 없고 욕설이 난무하는 걸 보면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에 대해서도 무례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국감 이후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까지 살피는지, 국감장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우선 내질러대고 마는 것인지, 도대체 제대로 된 감사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런 현실에서의 답답함을 드라마 <감사합니다>를 보면서 대리만족하면서 해소해야 하는 작금의 현실 또한 답답할 뿐이다.




이진희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교육학박사)

(현) 진해세화여자고등학교 교장

(전) 서울대학교 강사

(전) EBS 수능윤리 강사



 

작성 2025.11.11 14:55 수정 2025.11.1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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